“제조 업무시간 5분의 1로…AX교육 성과 내려면”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August 31일, AM 12:43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산업계의 인공지능 전환(AX)이 속도를 내며 이를 성과에 연동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무를 다시 설계하고 AI 도입 전후 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 도입 2~3년 차에 접어든 기업들이 이제 투자 대비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AI 도입이 도구 보급 단계에서 성과 관리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UN 독립 국제 AI 과학패널 위원이자 멀티캠퍼스(067280) 사외이사다. 이번 인터뷰에는 고민정 멀티캠퍼스 CTO 겸 AX러닝혁신센터장도 함께했다. 고 CTO는 삼성SDS 정보전략그룹장과 멀티캠퍼스 플랫폼팀장을 지냈다.

고민정 멀티캠퍼스 CTO(왼쪽)와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선릉 강의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멀티캠퍼스)
고민정 멀티캠퍼스 CTO(왼쪽)와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선릉 강의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멀티캠퍼스)
◇AI 코드 생존율 19%뿐…검증 병목이 성과 가른다

김 교수는 토큰 사용량이나 AI 라이선스 수, 프롬프트 건수처럼 집계하기 쉬운 지표만으로 AX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AI를 활용해 실제 업무의 병목이 사라졌는지, 처리량과 결과물의 품질이 개선됐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가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고 곧바로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김 교수가 참여한 한 글로벌 금융회사 개발 조직 분석에서는 이런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AI가 작성한 코드 중 살아남은 부분이 19%였던 반면 사람이 직접 작성한 코드의 생존율은 42%였다”라며 “코드 작성 속도가 빨라져도 검증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한다면 결국 전체 업무 소요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AI를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성과 차이가 컸다. 해당 분석에서 상위 25% 인재와 하위 25% 인재의 생산성 격차는 3.5배에 달했다. 김 교수는 이를 AI 사용량보다 ‘어떻게 사용했는지’에서 나타난 차이로 분석했다.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 (사진=멀티캠퍼스)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 (사진=멀티캠퍼스)
◇“업무 쪼개서 사람·AI 역할 다시 짜야”

해법으로는 ‘업무 재설계’를 제시했다. 개인과 팀의 일을 작업 단위로 쪼갠 뒤 사람이 판단할 일과 AI에 맡길 일을 다시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후 부서 간 업무 흐름과 결재,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프로세스 혁신까지 이어져야 한다.

김 교수는 “맥킨지의 2025년 조사에서 약 25개 조직 속성 가운데 AI의 수익 기여도와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요인이 워크플로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했는지 여부였다”며 “하지만 이를 실제 해냈다고 답한 조직은 2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업무 재설계의 첫 단계로는 ‘진단’을 꼽았다. 구성원이 실제 어떤 업무에 시간을 쓰는지, 반복 작업과 병목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AI에 업무를 위임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 업무별 AI 적합도, 데이터 접근성, 보안 규정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고 CTO는 기업 현장에서도 AX 역량 진단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멀티캠퍼스는 AI 활용에 필요한 8대 핵심 역량을 기준으로 개인과 조직의 AX 수준을 진단하고 있다. 특히 조직 규모가 큰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부서·직무별 AI 활용 격차를 확인하려는 요구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교육 전 수준을 파악하는 사전진단과 함께 교육 이후 실제 역량 변화를 확인하는 사후진단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민정 멀티캠퍼스 CTO (사진=멀티캠퍼스)
고민정 멀티캠퍼스 CTO (사진=멀티캠퍼스)
◇교육장서 끝내지 않고 현업 과제로 연결

교육 방식도 바뀌고 있다. 멀티캠퍼스는 기업 임직원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여러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을 실습한 뒤, 해커톤에서 자신의 현업 과제에 적용하는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고 CTO는 “AI 활용법을 배워도 자기 업무에 적용해볼 기회가 없다면 교육은 개인의 스킬 향상에서 끝난다”며 “현업 문제 발견과 AI 적용, 실험·검증,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에이전트 구축, 조직 확산까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업무시간을 크게 줄인 사례도 나왔다. 멀티캠퍼스에 따르면 한 제조 현장에서는 사내 데이터를 연결해 부품 재고 확인부터 구매·발주 제안까지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관련 업무시간은 기존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고객 리뷰와 고객의소리(VOC)를 분석하는 업무에서는 기존 약 22시간 걸리던 작업이 AI 대시보드 도입 후 1시간 이하로 단축됐다. 시장 기회와 수익성, 리스크 등을 여러 AI 에이전트가 나눠 분석하는 신사업 검토용 ‘팀 에이전트’도 교육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멀티캠퍼스는 향후 임직원이 만든 AI 에이전트를 조직 내에서 공유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기업용 ‘AI 에이전트 허브’ 형태의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고 CTO는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전환하려면 교육과 함께 조직·프로세스·시스템·데이터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임직원이 직접 에이전트를 만들고 공유·재사용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정 멀티캠퍼스 CTO(왼쪽)와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선릉 강의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멀티캠퍼스)
고민정 멀티캠퍼스 CTO(왼쪽)와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가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선릉 강의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멀티캠퍼스)
◇AI 의존이 만든 ‘스킬부채’도 경계

다만 AI 활용이 늘수록 사람의 역량이 약해지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김 교수는 이를 ‘스킬부채’라고 표현했다.

그는 2025년 폴란드 내시경센터 4곳의 검사 1443건을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며 “AI를 사용하던 숙련 전문가들이 AI 사용을 중단하자 선종 발견율이 28.4%에서 22.4%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개발자가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학습한 다른 실험에서도 AI 사용 그룹의 이해도 점수가 AI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17% 낮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중요한 건 AI를 어떻게 쓰느냐”라며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검증하며 인지적으로 관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X교육도 성과관리 시대…업무 변화가 핵심

앞으로 AX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진단이다. 고 CTO는 수료율이나 만족도보다 업무시간과 생산성, 결과물의 품질·정확도 등 교육 이후 나타난 실제 변화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성과 지표를 시간과 산출, 질의 세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지막 단계가 중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몇 시간을 줄였는가, 몇 명분의 일을 AI가 대신했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AI 덕분에 새로 하게 된 일이 무엇인가’”라며 “교육의 측정 단위도 사람에서 업무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몇 명이 수료했고 만족도가 얼마인지를 봤다면 앞으로는 어떤 업무의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봐야 한다”며 “AI의 성과를 줄어든 인원으로 재는 조직과 커진 역량으로 재는 조직은 몇 년 뒤 전혀 다른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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