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도는 정부 가상자산위원회…2차입법도, 제도화도 감감무소식

경제

이데일리,

2026년 August 31일, PM 05:32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정부가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10개월 뒤 열린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논의 진척 상황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반의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종합적인 제도화 로드맵이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 추진 현황과 향후 입법 로드맵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31일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매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주요 정책이슈를 선정해 현황과 개선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각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한다. 국감에서 다뤄질 주요 쟁점을 미리 짚어보는 자료인 만큼 ‘국감의 바로미터’로도 불린다.

지난 2022년 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우선하는 단계적 입법을 추진했고, 2023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당시 이 법은 이용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1단계 입법으로 평가됐으며, 이후 시장 전반의 규율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2단계 입법이 예정돼 있었다.

문제는 2단계 입법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정부가 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제도 설계 원칙과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2023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 당시 부대의견을 통해 금융위원회에 향후 구체적인 규율체계 마련을 위한 추가적인 입법 의견을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은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거래소 대주주 적격성 등 개별 현안에 대한 대응에 집중돼 있었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업권체계와 발행·유통질서, 공시제도, 스테이블코인 규율 및 감독체계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청사진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2차 입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고 밝혔고, 같은 해 2월에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5월에는 로드맵에 따라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현금화 목적 가상자산 매도를 허용했다. 그러나 개별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에도 디지털자산 시장 전체에 적용될 규율체계와 정부의 정책 방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종합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

가상자산위원회의 논의 과정 역시 공개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5년 5월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제도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2차 입법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이후 약 10개월 만인 올해 3월 열린 위원회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규제 논의가 추가된 것 외에 기존 논의에서 어떤 사안이 진척됐고 어떤 쟁점이 합의되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입법조사처는 그동안 가상자산위원회 논의 중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사항과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한 핵심 쟁점을 정부가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시장 전반의 규율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지원 심사기준과 유통량 관리, 공시 등 투자자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상당수 사항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자율규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실상의 규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가상자산공개(ICO) 금지와 법인의 시장 참여 제한, ‘1거래소 1은행’ 관행, 금산분리 원칙 등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규제와 관행이 시장을 사실상 규율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규제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제도적 불확실성이 국내 디지털자산 프로젝트의 해외 재단 설립과 해외 거래소 우회상장,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해외 이전 등을 유인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법인의 시장 참여 로드맵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국감에서 따져볼 사안으로 꼽혔다. 정부는 2025년 로드맵에서 단계별 추진계획을 제시하면서 같은 해 하반기 상장법인 등의 시범 거래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이른바 2단계 시범 거래는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해당 단계가 기본법 제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는 만큼, 당초 로드맵 수립 당시와 현재의 정책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시범 거래 개시를 위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일정은 무엇인지 정부에 설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종합적인 제도화 로드맵을 언제 발표할 것인가”가 핵심 질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용역과 전문가 검토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정책에 반영했는지, 금융·지급결제·외환·정보기술이 결합된 디지털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어떤 시장 구조와 감독체계를 구상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기본법 마련을 위한 논의 일정과 의사결정 절차를 정례화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 입법 심사 과정에서도 정부가 지향하는 시장 구조와 감독체계, 제도 설계 원칙이 충분히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개별 사안별 대응을 넘어 발행부터 유통, 공시,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감독체계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정부가 제시해야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규제 방향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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