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소멸위기 섬에 사람 몰려…파소나가 그린 ‘벤처 아일랜드’ 청사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August 31일, PM 04:58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멀쩡히 운영되던 사업 일부를 돌연 인구가 반토막 난 ‘소멸위기 지역’으로 옮긴 일본 대기업이 있다. 직원들 반응은 의외였다. 이주 희망자가 이어지면서 2000명에 달하는 직원이 속속 모였다. 인재 서비스 대기업 파소나그룹 이야기다. 회사는 지난 2020년 도쿄에서 운영하던 본사 기능 일부를 일본 효고현 아와지시마로 옮겼다.

아와지시마는 일본 오사카와 고베 인근에 위치한 섬이다. 한때 22만명에 달했던 인구는 청년층의 대도시 유출 등으로 12만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그러던 아와지시마가 다시 북적이고 있다. 파소나그룹이 사람과 기업, 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작업에 착수하고 나서부터다. 이제 아와지시마는 민간 주도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개척하는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파소나그룹에서 아와지시마 지역 활성화 사업을 총괄하는 마츠무라 타쿠지 파소나그룹 상무집행임원 겸 파소나투어리즘 대표이사 사장은 “파소나가 바라보는 지역 활성화의 출발점은 단순한 재정 지원이나 시설 개발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지역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을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데일리는 한국관광공사와 관광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마츠무라 파소나투어리즘 사장을 만났다. 그에게 파소나의 지역 생태계 활성화 전략과 철학을 들어봤다. 파소나가 그리는 우리나라 기업·스타트업과의 협력 청사진도 살펴봤다.

마츠무라 타쿠지 파소나투어리즘 대표이사 사장. (사진=파소나)
마츠무라 타쿠지 파소나투어리즘 대표이사 사장. (사진=파소나)




◇지역소멸 해법은 ‘사람’…스타트업까지 아와지로



마츠무라 타쿠지 파소나투어리즘 사장은 파소나가 2008년부터 아와지시마에서 농업 인재를 육성하는 등 지역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파소나는 농업과 예술을 결합한 일자리를 만들었다. 청년과 전문 인력이 섬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후 회사 사업 영역은 관광과 문화·예술, 교육, 웰빙 등으로 넓어졌다.

파소나는 2020년 도쿄에 있던 본사 주요 기능 일부를 아와지시마로 분산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사무실만 옮기는 게 아니었다. 회사는 도쿄 직원들을 아와지시마에 정착시키기 위해 생활환경까지 함께 일궜다. 예컨대 유휴시설을 사무공간과 보육시설로 전환하고 주거와 교육을 연계하는 등 직원과 가족이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했다. 마츠무라 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이를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게끔 아와지시마를 ‘지역 활성화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파소나는 현재 아와지시마에서 △웰니스 라이프 △국제 허브 △아트·컬처 △벤처 아일랜드 등 네 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다양한 산업을 만들어 여러 분야의 인재를 끌어들인다. 다시 이들이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선순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벤처 아일랜드’ 구축은 매년 ‘아와지 웰빙 비즈니스 콘테스트(Awaji Well-being Business Contest)’를 개최해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신체·마음·연결’을 주제로 오는 11월 13일 열린다. 분야는 △헬스케어 △농수산식품 △엔터테인먼트 △교육 △에너지 △인공지능(AI) △로봇 등 다양하다. 관련 연구자와 창업자, 스타트업을 모집한다. 최종 수상자에게는 파소나와 사업 협력·스케일업을 검토하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 파소나가 조성한 펀드로부터 자금 조달도 검토된다.

파소나는 이를 일본 기업에만 한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선진 기술과 전문성을 보유한 세계 각국 기업과 협력하고자 한다”며 “특히 한국은 콘텐츠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에 연계된 영상 기술이 매우 발전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과 협력한 실제 사례도 있다. 파소나는 올해 1월 국내 실감형 콘텐츠 제작사 비브테크놀로지스(VIV technologies)와 ‘파소나 비브 재팬(PASONA VIV JAPAN)’을 설립했다. 양사는 AI와 확장현실(XR)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일본에서 사업화한다. 웰빙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신규 사업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아와지시마에 위치한 파소나 오피스 전경. (사진=파소나)
아와지시마에 위치한 파소나 오피스 전경. (사진=파소나)




◇기업만 불러선 안 된다…관광·웰니스로 ‘머물 이유’ 만든다



스타트업과 인재를 지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일자리만 만들어서는 부족하다. 도시를 떠나 섬에서 생활할 만한 이유가 동반돼야 한다. 외부에서 사람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섬을 찾을 만한 콘텐츠도 필요하다. 파소나가 지역 벤처 생태계 구축과 동시에 관광·숙박·문화·웰니스 시설 개발에 공을 들인 배경이다.

최근 특히 무게를 싣는 분야는 웰니스 관광이다. 파소나는 지난해 웰니스 관광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6월에는 아와지시마에 장기 체류형 웰니스 시설 ‘더 파소나 네이처버스 리트리트(THE PASONA natureverse retreat)’를 열었다. 영양과 운동, 수면을 중심으로 개인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57실 규모 시설이다.

파소나는 기업 연수와 비즈니스 미팅, 교육, 웰니스 등 다양한 사업을 관광과 연계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이에 발맞춰 파소나투어리즘도 아와지시마를 ‘미식·문화예술·웰빙의 섬’으로 만들고자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아와지시마로 발걸음을 옮기게끔 한다는 목표다. 우리나라와 관광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마츠무라 사장은 “고베 공항의 국제화와 항공편 확대를 계기로 한국관광공사 등과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를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파소나가 아와지시마에서 벌이는 실험은 ‘기업 하나를 유치하면 지역이 살아난다’는 방정식과 거리가 있다. 인재를 지역으로 데려오고, 그 인재가 일할 기업과 스타트업을 만들고, 다시 그들이 살고 머물 수 있는 관광·문화·교육 환경을 함께 조성하는 방식이다.

그는 “아와지시마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역 활성화 모델을 만든 뒤 다른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며 “저출생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이라는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도 아와지시마에서 진행하는 실험이 참고 사례가 될 거라 본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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