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최대 10% 인하에도…철강·석화, 경쟁력 회복엔 '역부족'

경제

이데일리,

2026년 August 31일, PM 04:31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불황으로 고전하는 철강·석유화학 업계에 부담이 얼마나 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업종에 속한데다 상대적으로 인하 폭이 큰 영·호남 지역에 공장이 몰린 만큼 비용 부담은 일부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산업용 전기료 인상폭이 가팔랐던 상황에서 중국 등 저가 제품과 경쟁하려면 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이번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조치에 따라 절감하는 전기료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대략 4000억원의 전기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약 1450억원, 포스코 철강 부문이 약 5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26일 공청회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 요금제’를 공개했다. 발전량과 전력 수요 등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을 반영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전력이 생산되는 지역에서 전력 소비를 늘려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망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지방 투자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안에 따르면 제도 시행 시 영·호남 등 남부지방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최대 약 10%, 충청·강원 지역은 최대 약 8%, 서울 강북 지역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북부는 최대 약 5.5% 인하된다. 서울 남부권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

산업계는 그동안 큰 폭으로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비용 부담을 일부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처럼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와 직결되는 만큼 요금 인하가 수익성 개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기요금 인하는 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사항이다. 정부와 국회도 철강·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K스틸법’과 ‘석화지원특별법’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전기요금 감면 조항은 최종안에서 빠진 바 있다. 업계는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책이 포함되기를 기대했으나 특정 업종에 대한 전기료 인하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별로는 전력 사용 구조와 사업장 위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을 활용해 필요한 전력의 약 88%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다만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전기로를 준공한 데 이어 앞으로 전기로 생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전력 사용량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기로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은 전기요금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생산 시설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 요금 차등 폭이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실제 절감 효과가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대산, 울산, 여수 등 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 전기료가 다르게 책정되면 각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하폭만으로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위기에 놓인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발간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105.5원에서 185.5원으로 80원(75.8%) 인상됐다. 같은 기간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각각 109.2원에서 149.6원으로 40.4원(37%), 128.5원에서 158.9원으로 40.4원(31.4%) 인상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다른 용도에 비해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철강·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국내의 전기요금 인하만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20원대로 182원인 한국보다 낮다.

지역 차등 폭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현재 제시된 최대 10% 수준의 인하폭으로는 기업의 입지 선택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발전지역을 중심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30% 이상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있는 여수를 지역구로 둔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여수국가산단처럼 산업위기 지역에는 더욱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한 만큼 산업위기의 정도와 지역경제 파급효과까지 충분히 반영해 추가적인 요금 인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이나 석화특별법에서빠졌던 전기요금 지원이 이번에 일부 채워지는 셈”이라며 “이번 전기요금 인하를 시작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업종과 지역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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