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 꾀한다고?…美CIA 덕분에 성장하는 '유럽 방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August 31일, PM 04:53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독일 드론 제조업체 퀀텀 시스템즈가 미 중앙정보국(CIA) 연계 투자기관 ‘인큐텔’(IQT)의 지원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 조기 안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본과 네트워크가 유럽의 신생 방위산업 기업들의 성장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드론 조종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AFPBB/로이터)
드론 조종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AFPBB/로이터)
스벤 크룩 퀀텀 시스템즈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QT를 포함한 미국 투자자들이 시장 문턱을 낮추고 CIA 및 미 연방수사국(FBI)과의 계약을 따내는 데 도움을 뒀다”고 말했다.

퀀텀 시스템즈는 우크라이나와 독일 등에 정찰·공격·요격용 드론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크룩 CEO는 “CIA와 FBI를 고객사로 둔 덕분에 미국 진출 초기 단계가 수월했다”며 “미국의 길목이 열렸고, 독일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초기에는 오히려 미국에서 더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최근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별도 노선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방산 스타트업들에게는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의 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탈을 위협함에 따라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독일 정부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란 평가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국의 자본과 방산시장 네트워크 없이 장기간 방치됐던 독일의 군사력 재건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크룩 CEO도 로이터통신에 “미 정보기관들과 맺은 계약으로 올린 매출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퀀텀의 신뢰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다른 방산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퀀텀도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타국에 판매하려면 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사례는 미 국가 안보와 관련된 핵심 기술을 발굴·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IQT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의 무기 개발자 ‘Q’에서 이름을 딴 IQT는 독일 방산기업 스타크를 포함한 다수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유럽이 군비 지출을 늘림에 따라 현지 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IQT의 투자 규모는 일반적으로 300만 달러 미만으로 비교적 적지만, 방산 최대 구매자인 미 안보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힘을 지녔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IQT의 유럽내 영향력 확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신기술들이 미국의 이익에 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IQT는 미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는만큼 순수한 투자자와 달리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리 아그네스 슈트라크 치머만 유럽의회 안보방위원장은 “IQT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미 정보기관을 위해 최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해야 하는 임무를 띤 기관”이라며 “지분 참여, 이사회 참관권, 기술 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 미 정부 계약 접근권 등을 통해 미국과의 거래 관계를 넘어선 전략적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국방부도 방산 분야에 대한 투자자의 영향력을 예의주시 중이다. 로이터통신에게는 “주주가 기업의 운영이나 기술, 연구 개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럽 국가들의 군사력 강화 추진 움직임에도 정작 핵심인 방산 분야가 미국의 영향력 하에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유럽에는 IQT에 사응하는 기관이 없다는 점이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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