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日 전역 보고 있다"…합작·인수 등 공장 설립 검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August 31일, PM 04: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SK하이닉스가 일본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에 대응하면서 생산비를 통제하기 위한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다. 합작법인 설립이나 일본 기업 인수 등 여러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AFP)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AFP)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 센다이에서 블룸버그와 만나 공장 후보지를 여러 곳 놓고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전역을 보고 있다”며 “전력과 물이 좋은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합작 상대와 구체적인 후보지, 어떤 제품을 만들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다만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일본 기업을 소규모로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공동 투자나 합작법인 등 협력 형태는 상대가 누구냐,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비공개 논의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AI 열풍은 이천에 본사를 둔 SK하이닉스를 SK그룹의 간판으로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 제품은 엔비디아와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AI 연산을 구현하는 데 쓰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주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반도체 패키징 시설 기공식을 열었고, 해외 확장을 더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통신부터 반도체까지 폭넓은 사업을 거느린 SK그룹은 대형 투자에 대한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을 결정한다.

SK하이닉스는 AI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데이터 저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생산 거점을 물색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기술 굴기를 늦추려는 미국의 압박도 헤쳐 나가야 한다. 국내에서는 54조원(약 390억달러) 규모의 생산시설 증설을 계획하고 있고,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는 첨단 메모리 패키징 시설을 짓고 있다.

일본 후보지 물색은 일본 고객사·협력사와 협력을 넓히려는 큰 흐름의 일부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도쿄에 본사를 둔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 지분을 간접적으로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주 “고객사·협력사와 함께 낸드플래시 시장을 어떻게 함께 키워갈지 신중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메타와 아마존처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들이 기존 하드디스크보다 빠른 대용량 저장 공간을 확보하려 경쟁하면서다.

일본에는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서부 히로시마에 공장을 두고 있다. 나믹스 같은 비상장 소재 기업부터 반도체 장비 강자 도쿄일렉트론까지 SK하이닉스 협력사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고, 소니그룹과 닌텐도 같은 고객사도 있다. 일본 정부는 대만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능력을 늘릴 때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데도 적극적이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야기현은 센다이 인근 오히라무라의 제2센다이 북부 핵심공업단지 안에 약 30만㎡ 규모 부지를 제안하며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이 부지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꼽은 조건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다만 양쪽 모두 신중하다.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반도체 관련 기업에 연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SK하이닉스 공장에 대해서는 “현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일본 투자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으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술 유출 우려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AI용 HBM 등 최첨단 메모리 제품의 해외 생산을 한국 정부가 쉽게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에 공장을 짓더라도 생산 품목이나 적용 기술이 제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야기현에서는 2023년 대만 PSMC와 SBI홀딩스가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가 이듬해 계획을 접은 전례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은 경제 블록을 형성하기 위해 함께 모이고 있다”며 “두 나라는 협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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