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시가총액 2위로 올해 영업이익이 2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SK하이닉스도 동전주였던 시기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정주가를 반영하지 않은 당시 주가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는 2002년 4월 29일부터 2003년 4월 11일까지 종가 기준 1000원 미만에 머물렀다. 1년 가까이 동전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최근 강화된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을 당시 현대전자에 적용할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피하기 어려웠다. 현대전자는 2003년 3월 26일 종가 기준 135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당시 현대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재무 부담 등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현대전자의 위기는 단순한 주가 하락을 넘어 기업의 생존 자체가 흔들리던 시기였다. 현대전자가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공동관리에 들어간 데 이어 21대 1 감자를 단행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감자가 반복됐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하지만 현대전자는 반도체 투자를 이어갔다. 2003년 3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서면서 실적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고, 2005년 7월 채권단 공동관리에서 벗어난 뒤 주가는 2006년 9월 4만 100원까지 회복했다. 이후에도 반도체 사이클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다시 적자와 주가 하락을 경험하는 등 부침은 계속됐다.
이후 하이닉스는 위기 때마다 사업을 접기보다 반도체 사업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생존했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난 이후 실적이 개선됐고, 반도체 업황이 다시 악화됐을 때도 투자를 이어가며 경쟁력을 유지했다. 2012년 SK그룹 편입은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SK그룹의 투자 기반을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강화했고, 이후 AI 산업의 성장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결국 135원까지 떨어졌던 기업이 현재의 SK하이닉스로 성장한 과정에는 단순한 주가 반등이 아니라 위기를 버티며 사업 경쟁력을 축적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선택한 과정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에는 재무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차례의 반도체 업황 위기를 버텨낸 결과물이 지금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며 “반도체는 끊임없이 투자하고 생존해야 하는 산업인 만큼 시장에서 경쟁력과 점유율을 높여온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주가나 시가총액은 기업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처럼 업황 변동이 크고 기술 변화에 따라 시장의 주도권이 바뀌는 산업뿐 아니라 바이오, 로봇, 소재·부품 등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산업에서는 특정 시점의 주가나 시가총액만으로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술력을 확보하고 실제 매출을 늘리면서도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 낮은 주가에 머무는 기업이라면 정량적 기준에 따라 상장폐지될 경우 향후 성장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강화된 코스닥 상장폐지 조건을 정교하고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시가총액이나 주가 등 정량적인 조건에 기계적으로 해당한다고 해서 상장폐지하기보다는 마지막 단계에서 성장성과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거나 성장성을 유지하는 기업까지 한꺼번에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보다 정교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